[영화추천] 버드맨

[영화추천] 버드맨





제목 : 버드맨

분량 : 119분

장르 : 드라마, 코미디

감독 :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2015년 3월 5일 개봉




1. 개요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연출, 제작, 각본을 맡은 미국의 블랙 코미디 드라마 영화로 마이클 키튼, 에드워드 노튼, 엠마 스톤, 나오미 왓츠 등이 출연했다. 비평가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제 72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각본상, 미국 배우 조합상 캐스팅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제 20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7개 부문 석권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그리고 그 기세 그대로 제 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작품상을 수상하며 4관왕을 달성했다.




2. 시놉시스



슈퍼히어로 '버드맨'으로 할리우드 톱스타에 올랐지만 지금은 잊혀진 배우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 그는 꿈과 명성을 되찾기 위해 브로드웨이 무대에 도전한다. 대중과 멀어지고 작품으로 인정받은 적 없는 배우에게 현실은 그의 이상과는 거리가 멀다.


재기에 대한 강박과 심각한 자금 압박 속에서 평단이 사랑하는 주연배우(에드워드 노튼)의 통제불가 행동들, 무명배우(나오미 왓츠)의 불안감, SNS 계정하나 없는 아빠의 도전에 냉소적인 매니저 딸(엠마 스톤), 연극계를 좌지우지 하는 평론가의 악평 예고까지... 과연 '버드맨' 리건은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인가...




3. 등장인물





4. 개인적인 평가



극중 전직 슈퍼히어로 리건 톰슨은 한때 '버드맨'이라는 인기 시리즈로 스타덤에 올랐던 유명인사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시리즈의 인기가 시들어짐과 동시에 그의 부와 명예도 사라졌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 본인이 아직도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재기를 꿈꾸는 리건은 할리우드 대신 브로드웨이로 향한다. 하지만 영화판에서 활약하던 그에겐 연극 무대는 전혀 다른 세계였고, 결국 그는 재정난에 시달리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공연 직전 소속 배우는 불의의 사고로 극에서 하차하게 되고 어렵사리 영입에 성공한 스타배우 마이크는 통제 불능의 나르시스트이며, 매니저이자 비서인 딸 샘은 약물중독자이다. 이러한 갖은 악조건 속에서도 어떻게든 성공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짓눌리는 리건은 버드맨의 환청에 시달리게 된다.


과거 이른바 '죽음 3부작'이라고 불리는 작품들을 연출했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할리우드 보다는 국제 영화제 쪽이 더 어울리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가 할리우드에 입성한 뒤에 코미디 장르의 히어로물을 연출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코미디와 히어로는 최근 할리우드가 가장 선호하는 장르였지만 도저히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인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냐리투 감독이 현실과 타협했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작품이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의 이러한 우려는 일시에 불식되고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21세기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심리적으로 불완전한 인물들의 파국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의 메세지. 이를 두고 시카고 타임스는 '기묘하고 아름다우며 독특한 영화'라는 평가를 남겼다. 이 영화는 팬티로 상징되는 우스꽝스러운 복장, 하늘을 나는 모습, 도시를 배경으로 한 괴수와 군대의 전투 등 현대 슈퍼히어로물에서 활용되는 소재들이 어떻게 다르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영화의 주연을 맡은 마이클 키튼은 영화 속 리건 톰슨과 닮은꼴이다. 그는 최근의 슈퍼히어로 붐이 일기 전에 팀 버튼 감독의 영화 '배트맨'시리즈로 슈퍼히어로물의 시대를 연 장본인이다. 하지만 그는 배트맨 시리즈 이후에 이렇다 할 작품을 선보이지 못했고 지금은 잊혀진 배우가 되어가고 있었다. 극중 아이언맨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보면서 냉소 짓는 버드맨의 환청은 그래서 더욱 씁쓸하다. 자신의 거울이기도 한 리건 톰슨을 연기하는 마이클 키튼에게서 남다른 각오가 느껴지는 건 결코 기분 탓은 아닐 것이다.


극중에서 리건 톰슨은 현실과 픽션의 경계를 넘나든다. 이 과정 속에서 마이클 키튼은 서로 다른 세 가지 인격을 연기한다. 대중에게 인정받지 못해서 불안감에 젖어있는 리건과 그에게 끊임없이 속상이는 버드맨의 환청, 그리고 극중극에서 그가 맡고 있는 배역 에디까지. 과거 배트맨을 연기했던 마이클 키튼에게서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복잡한 인물을 그는 훌륭하게 재현해 낸다.


극중극인 레이먼드 카버의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의 배역 중 하나인 에디를 연기하는 리건은 점차 극중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게 된다. "나는 왜 항상 사랑을 구걸해야 하지? 난 당신이 원하는 남자가 되고 싶었어. 매일 다른 남자가 되려 애를 쓰며 산다고." 에디를 연기하는 리건의 이 대사는 극중 부인 테리에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극장을 찾은 관객들, 나아가 이 영화를 보고 있는 대중에게 던지는 리건 자신의 고백과도 같다.


"그거 알아요? 아빠는 잊혀진 존재에요. 이 연극도 아빠도 중요하지 않죠. 그걸 받아들여요." 블로그도 페이스북도 트위터도 하지 않는 시대에 뒤쳐진 사람, 잊혀진 배우. 그의 딸 샘과의 말다툼을 통해서 그는 결코 직면하고 싶지 않았던 현실의 자신과 마주보게 된다. 홀로 남겨진 넋이 나간 그의 얼굴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한 남자의 자화상이다.


이 영화에서 또한 주목해야할 부분은 바로 흥미로운 촬영기법이다. '그래비티'의 촬영감독 에마누엘 루베스키는 이번 작품 '버드맨'에서도 롱 테이크 기법을 적극 활용한다. 영화는 극중 주인공 리건 톰슨을 둘러싸고 있는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를 생생하게 묘사하기 위해서 그의 내면을 파고들기 보다는 그를 압박하고 있는 주변세계를 보여주는 것을 택한다. '그래비티'에서도 위력을 발휘한 원 씬 원 테이크 롱테이크 기법은 관객들에게 주인공 리건 톰슨이 처한 불안과 압박을 실감나게 체험하게 해준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굉장히 수준 높고 놀라운 영화이다. 이냐리투 감독의 역량이 십분 발휘된 작품이며, 배우 마이클 키튼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단순히 세간에 화제가 되었던 문제에 지나치게 신경 쓰다가 영화 자체가 내포하고 있는 진면목을 지나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9.0점/10.0점


(사진 = ⓒ20세기 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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